국가 고등교육 개선을 위한 소견: 지방(국립)대 발전을 중심으로
2024. 9. 25.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 김정구
- 지방대학의 현실
지방인으로서, 지방 국립대 교수로서 작금의 지역의 현실은 참담하기에 그지없습니다. 지역과 지방대의 위기는 오래전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는 지역과 지방대의 소멸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 이후에 폐교된 대학이 21곳인데, 그중 19개가 지방대학입니다. 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습니다만 그중 제일은 수도권 집중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먼저 위기의 원인과 그 정도를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① 대학은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와 국가의 미래 견인
- 인재 양성과 사회 및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
- 대학의 순기능으로 대학의 수 급증 (지방대에 집중)
② 지방대학의 위기의 원인
- 인구구조의 변화: 출생아 수: 1970년 100만 명 → 2023년 23만 명
- 수도권 집중 및 과밀화: 전 국민 50.1% 수도권 거주
-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기능 상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역기능
- 대학재정의 불건전: 고등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정책 부재
- 지방대학의 자구노력 부족
③ 지방대학의 위기는 어느 정도인가?
- 2024년 신입생 미 충원 4만명, 미 충원 인원의 75% 지방대, 거점국립대 조차 미달
- 2000년 이후 21개교 폐교, 그중 19개교 지방대학
- 2000년 이후 대학 간 통폐합 32곳(국공립 15, 사립 17)중 25곳 지방대
- 초등학교보다 적은 대학의 1인당 공교육비
④ 그리고 수도권 집중은 어느 정도인가?
- 교육여건, 일자리, 문화, 정보 등 사회 인프라 수도권
초집중
- 청년인구의 수도권 이동: 인구의 공간적 불균형
- 현재 수도권 집중실태 : 100대기업 91%, 대기업 본사
75%, 신설법인 61.6%, 벤처기업 70%, 평균임금격차(2016) 수도권100% vs 비수도
권 89%, 신용카드 사용액81%, 세계 최고 병원 17개 중 16병원 수도권 소재 등
지방은 일자리가 없고 서울은 잠자리가 없다.
2. 지방대학을 살려야 하는 이유
여러 연구에서 지방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은 지역대학의 발전이라고 합니다. 쇠락한 미국의 Rust belt가 다시 살아난 것은 지역과 대학의 협력으로 바이오테크, 나노테크, 3D, 폴리머 등 신산업을 일으켜 세웠기 때문입니다.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말뫼가 중흥한 것도 21세기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바이오, IT, 재생에너지 산업 등 신산업에 집중하여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신산업의 창업과 발전은 지역대학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⑤ 왜 지방대학을 살려야 하는가?
-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 속에 신산업이 속출하고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함.
- 신산업의 창업과 발전은 지역대학의 협력이 필수적임.
- 따라서 지방대의 발전은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며
- 또한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
- 더불어 교육 지옥이 해체되고 사교육비(27조 1천억, 2023년) 문제도 해소됨.
- 서울 집중으로 야기된 부동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음.
- 대한민국을 살리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신의 한 수.
- 모든 것이 우리 국민의 선택에 달렸고, 이제 한국 사회가 결단할 때가 됨.
⑥ 지방대학의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 전제해야 할 것들
- 지방대 문제는 ‘교육문제’임과 동시에 ‘지역문제’, 나아가 ‘한국 사회의 문제’라는 공통인식에서 출발.
- 지방대학만이 아니라 수도권 대학을 포함하여 지방대학 발전 정책 수립.
- 대학 역할 분화를 유도하는 지방대 발전 정책 추진.
- 대학 발전을 국가 산업정책과 연계하여 수립·추진.
- 지방자치단체-지방대학-지역소재기업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함.
- 따라서 역량 차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원함.
-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과 규제를 차별화함.
- 지방대학의 자구노력을 우선하되, 정부가 적극 지원함.
-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
3. 지방대 발전 방안
지방대 발전을 위한 많은 연구가 있었고 또 방안도 제시되었습니다. 여기서는 다른 시각으로 본 발전 방안, 본연으로 돌아가서 생각한 것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⑦ 대학 본연의 모습은 창의와 자율
- 대학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학 자치·자율권을 부여하여야 함.
-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원칙으로 대학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규제는 철폐되어야 함.
- 사업 베이스가 아닌 대학별 총액지원 방안 도입.
- 예산으로 발목잡는 교육부 정책은 더 이상 안 됨.
- 특히 사립의 경우 대학의 설립 이념과 특색을 살릴 수 있어야 함.
-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국가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할 것임.
⑧ 새로운 형태의 대학평가 시스템을 개발
- 대학 자치와 자율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즉 지원 후 사후 평가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함.
- 창의와 자율 이후 대학의 목표 중 하나는 대학의 자립.
- 예외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원 없이 자립할 수 없는 대학은 퇴출하여야 함.
- 그 근거를 마련하는 시스템이 필요함.
- 조심스럽지만 국가교육위원회 내에 대학평가국 또는 대학평가위원회를 두는 것을 추천함.
⑨ 국가고등교육위원회 설립
- 지금까지의 선례로 보았을 때 대학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등교육기관이 교육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절실함.
- 교육부와 별개로 고등교육의 모든 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이 필요함.
- RISE에서 준비하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는 지자체의 지역 이기주의에 빠져 대학이 시·도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매우 큼.
- 지역 고등교육위원회를 폐지할 수 없다면 지역고등교육위원회의 조정 및 조율 그리고 지역대학 역할 분화, 대학 정원 조정 등을 결정하는 기관이 필요함.
- 고등교육에 관련된 교육부의 예산과 정책결정권 및 국가장학금 운영을 위양 받아 중장기적인 교육정책과 대입정책을 수립하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음.
- 1인당 교육비, 교수연구비 및 연구환경 등을 서울대 수준으로 개선하여 서울대에 버금가는 지방거점국립대 육성도 할 수 있음.
- 이것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임.
⑩ 국립대학법의 신속 입법
- 국립대학이 국가기관이라는 바탕 위에 정부의 지원 의무와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
- 그리고 자율적인 운영체제를 마련함으로써 공교육기관으로서 국립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임.
4. 마침 말
서울의 눈으로 지방을 보면 지방과 지방대의 자구노력이 매우 미흡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지방과 지방대 발전을 위한 지원을 중앙정부에 요청하면 그동안 지방은 무엇을 했나 하는 눈초리를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서울에 모든 것을 다 빼앗긴 지방의 현실은 많은 부분 서울의 책임이요 대한민국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